내가 봤을때 엄마는 지금, 썩 가볍지 않은 우울증 환자이다. 나는 엄마가 병원에 갔으면 좋겠지만 엄마는 아침에 절인지 점집인지를 가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다. 엊그제는 주말이라서 제대로 씻지 않고 누워 잤다. 원래 어제는 일정이 있어서 나가보아야 했지만 몸이 너무 처져서 도저히 무리였다. 새벽 2시 반부터 낮 12시 반까지를 꼬박 잤고, 일어나서 점심 먹고 아 나가기 전에 조금만 더 자야지 하면서 2시쯤 잠들었다가 도저히 깨질 못하는 상태로 6시 정도까지 비몽사몽하며 아무튼 잤다. (원래 일정은 4시) 어쩐지 아주 화가 난 아빠가 깨워서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 했고, 7시쯤 되니 엄마가 한 소리를 하러 왔다. 그리고 그 내용은 솔직히, 가관이었다. "네가 퍼질러 자느라 씻지도 않는 꼴 때문에 짜증이 나서 ..
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만 우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분이 좋지 않아 자꾸 안절부절 못하는 상태.
나에게 없는 것들을 주는 친구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주고 있을까.
우선 나는 정신분석 어쩌구로 꿈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데에 아주 질색한다는 점을 미리 말해둔다. (옛날에는 좋아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시발) 대체로 내 꿈은 그냥 졸라 두서없는 개꿈이고 불면증으로 인해 잠을 깊게 자지 못해 하룻밤 사이에도 꿈을 네다섯 꼭지정도 휙휙 바꿔가며 꾸는 사람이라 그 내용의 편차가 더욱 심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에 대해서 적어보고 싶었다. 깊은 해석도 안 할거면서 굳이 쓰는 이유? 그냥 심심해서... 1. 공중부양 : 아마 꽤 오래전, 어마어마한 스피드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붕 떠있었던 꿈이 시초였던 것 같다. 주로 자취할 때 많이 꿨던 꿈. 첫 스텝을 밟으면 마치 중력이 매우 약하게 작용하는 것처럼 팔척뛰기(??)를 할 수 있고, 힘을 ..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화목한 가정이란 무엇일까. 자상한 아버지와 현명한 어머니, 사이좋은 형제자매 정도면 괜찮은 것일까. 얼마나 함께 웃으면 화목해지고, 얼마나 서로 싸우면 험악해질까. 잘 모르겠다. 우리 가족은,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런대로 사이가 괜찮은 편이다. 부모님이 돈 문제로 한창 이혼을 얘기하며 싸우던 시기는 10년이 훌쩍 넘었고, 네 가족이 함께 살면서 아주 큰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는 않는 편이다. 가끔 엄마와 아빠가, 혹은 부모님과 언니가 싸우는 일이 있지만 그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보통 제외되어 있다. 언급만 될 뿐. 그리고 나는 그게 늘 싫었다. 어젯밤에는 오랜만에 언니와 부모님 간에 싸움이 났다. (여기서 말할 수는 없지만) 발단은 아주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오늘 아침의 꿈자리는 유독 사나웠다. 여태도록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다. 물론 나는 해몽 따위의 것들을 믿지는 않지만, 그냥 그 자체로 마음이 상하는 꿈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꿈의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나는 내 절친한 친구의 생일파티에 참석했는데, 어째서인지 당사자와 그의 애인이 보이질 않았다. 조금 이상하긴 해도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왁자하게 떠들고 놀던 참석자들이 느닷없이 한 영상을 틀었다. 그 영상에서는 (가상의, 내가 모르는) 어떤 한 사람과, 친구의 애인을 추모하고 있었다. 그들이 자살을 한 지가 꽤 되었다는 것이다. 전자야 내가 알 도리가 없으니 어쩔 수 없지만, 후자의 경우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게임을 하고 있다는 알림이 떴기에(이건 현실) 나는 상당히 당황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경..
이곳에 있는 제 글들을 많은 분들이 봐 주시고, 또 종종 말씀을 남겨 주시곤 합니다. 가끔은 선의(라고 믿는 모종)의 질타일 때도 있지만, 대체로는 공감이나 격려의 내용입니다. 힘들었거나, 혹은 지금도 힘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저에게 힘내라고 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비록 말 그대로 '힘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것을 알기에 직접적으로 그렇게 말하지는 않으시더라도,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저에게 힘을 내라는 메시지를 전하곤 하죠. 무척이나 감사한 일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가끔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런대로 잘 지내고 있거든요. 정병에 대해서 간헐적으로, 그러나 꾸준히 얘기를 하면서 '그런대로 잘 지낸다'고 밝히는 것은 조금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
글로 정리하지 않으면 빠르게 휘발된다. 가장 우울할 때에만 찾는 공간을 따로 만들어 놓았기에 더욱 그렇다. 어떤 표현과 무슨 사건이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잊어버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나마 그 때의 감정이 희미하게 남는 것만이라도 다행일지 모른다. 대개는 아주, 아주 부정적인 감정들만이 여운을 남기지만.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물질적 생활은 무척 편안하고 풍족해졌다. 그 대가로 내 모든 것들은 생산성 없는 의심에 잠식된다. 내 정신병이 가짜라면? 그냥 내가 더럽게 게으를 뿐이라면? 그리고 그 비슷한, 자기파괴적 질문들의 나열. 속이 메슥거리고 머리가 아파오지만 이것마저도 엄살인 것은 아닐까. 정신과에 다니는 것은 용인받았지만, 대신 정신과에 다니기만 한다면 내 생활은 '정상적'으로 굴러가야만 한다고, 그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