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자리
오늘 아침의 꿈자리는 유독 사나웠다. 여태도록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다. 물론 나는 해몽 따위의 것들을 믿지는 않지만, 그냥 그 자체로 마음이 상하는 꿈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꿈의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나는 내 절친한 친구의 생일파티에 참석했는데, 어째서인지 당사자와 그의 애인이 보이질 않았다. 조금 이상하긴 해도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왁자하게 떠들고 놀던 참석자들이 느닷없이 한 영상을 틀었다. 그 영상에서는 (가상의, 내가 모르는) 어떤 한 사람과, 친구의 애인을 추모하고 있었다. 그들이 자살을 한 지가 꽤 되었다는 것이다. 전자야 내가 알 도리가 없으니 어쩔 수 없지만, 후자의 경우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게임을 하고 있다는 알림이 떴기에(이건 현실) 나는 상당히 당황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경황을 물었으나 모두가 우물거릴 뿐이었다. 무척 황망한 일이었다. 덕분에 나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아침잠을 설치고 말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내가 죽는 것을 여러 번 상상해 보았고, 그때마다 종종 울곤 했지만, 나의 죽음이 내 친구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죽은 나를 누군가 발견하는 것만 상상해 보았을 뿐이다. 부모님은 내 동아리 친구들 중 어느 누구의 연락처도 알지 못하고, 내 친구들 또한 내 가족들의 연락처를 전혀 모르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내 친구들이 나의 죽음을 필시 알 것이라 믿고 있었다. 내가 정말로 죽고 싶을 때에는 언제나 그들이 알 수 있었고, 실제로 도움을 준 적도 있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때 나는 혼자 살았고, 가족보다 친구가 더 가까이 있던 시절이었다.
만일 지금이라면? 아마 나는 이제 스스로 목숨을 끊지는 않을 것이지만, 아무튼 사람은 죽으려면 얼마나 재수없게든 죽을 수 있다. 어처구니없게도 내가 비명횡사했을 때 내 친구들은 알 수 있을까? 트위터에서 시끄럽던 애가 조용해졌다는 생각은 할 테다. 하지만 그 이상이 될 수 있을까? 핸드폰에 죽은 내 손가락을 갖다대어 지문인증이라도 한다면 그들의 연락처를 알아내 연락을 돌릴 수는 있겠다. 혹은 내 컴퓨터에 일단 로그인하기만 한다면 SNS에 부고를 올릴 수도 있겠지. 어느 쪽이든 무척 크리피한 일이지만, 뭐 가족이라면 어떻게든 그걸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 옛날 싸이월드에 가족들이 부고를 올리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내 머릿속에서 죽음의 순간은 늘 고독했을지언정, 내가 떠나는 길이 쓸쓸하리라는 상상을 해 본 적은 없다. 지금은 소원해졌지만 결코 밉지는 않은 친구들의 생사를 걱정할 때도 그랬다. 스스로 삶을 등지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은 우리의 세상 속에서,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죽은 거 아니야?'라며 익살을 떠는 순간에도, 나는 내 죽음이 친구들에게 알려지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다. 썩 유쾌하지 못한 기분이다. 비대한 자의식이 깨지는 감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 물론 내 장례식에 친구들이 못 올 것을 상상한 것이 지금 기분 더러운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아니다. 내 친한 친구가 죽었는데 그걸 나만 모르고 지나친다는 것이 더 끔찍하다. 친구가 죽는 것 자체가 제일 끔찍하고. 웬만하면 죽지 말자 벗들아. 홀로되는 순간들 속에서도 어떻게든 우리로 살아갈 길을 조금 더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