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

20200811

Gazamee 2020. 8. 11. 14:09

여전히 별일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쓰레기집 글을 여기저기 퍼가서는 혐오주의니 뭐니 하고 사람들이 말을 얹은 게 여전히 가슴을 쿡쿡 찌르는 가시처럼 남아 있지만, 그래도 그 졸문을 감사하게도 여러 번씩 읽어주시면서 재차 힘을 얻는다는 분이 계셔서 그대로 두기로 했어요. 참고로 제 생활은 전에 쓴 글대로 여전히 엄마의 가사노동에 크게 의존해 있으며, 아마 지금 나가서 자취를 하라고 하면 다시 집안 꼴이 개판이 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아마 이젠 그냥 작정하고 처음부터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할 것 같다는 정도? 가족기업이나마 벌이가 생기긴 했으니까요. 뭐... 생각만 할 뿐 실제로는 요원한 이야기입니다.

 

요즘은... 스스로의 취미생활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여전히 폰게임은 잘 하고 스토리가 가벼운 만화 정도는 보지만, PC나 콘솔 게임은 좀처럼 시작하지를 못하겠어요. 영화나 애니를 보는 것도 큰 각오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이용권이 만료되기 전에 바리바리 사 두었던 것들을 여태까지 못 보고 있습니다. 분명히 좋아했던/아직도 좋아하는 것들인데 왜 이렇게 좀처럼 시작을 못 할까요. 시작을 한다 해도 진득하게 붙들고 있기는 더 힘드네요. 특히 요즘은 스위치로 베스타를... 정식 출시 전부터 미리 다운받아놓고 플레이 가능 시간 열렸을 때 바로 시작해 놓고서는 거의 진행을 못 하고 있습니다. 빨리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는데도 불구하고요.

 

취미생활은 어디까지나 취미이고, 즐길 수 있을 만큼만 하면 될 뿐, 거기에 어떤 의무감을 가져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의사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게서 들은 말이에요.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반강제로 한가해져 버린 시국 속에서, 제대로 즐기는 취미라곤 없이 정말로 무료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기만 하는 것에 대한 조바심이 나는 것도 사실이에요. 생산적인 것을 해야 한다는 강박과는 조금 다릅니다. 오히려 내가 정말 좋아하고,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제 삶의 의미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사랑했던 '덕질'이라는 행위 그 자체가 이젠 너무 버겁다는 느낌이 듭니다. 말 그대로 기가 빨려요. 쭉쭉. 한때는 삶의 끝을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저를 멈춰세웠던 것이 그 어떤 사람들도 아니라 바로 '내 최애 작품의 완결'같은 것들이었던 걸 생각하면 신기하죠.

 

요즘 할만한 얘기라곤 이것 뿐이었네요. 그럼 저는 담배 한 대 태우고, 편의점이나 다녀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