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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

개꿈 이야기

Gazamee 2019. 8. 19. 14:04

우선 나는 정신분석 어쩌구로 꿈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데에 아주 질색한다는 점을 미리 말해둔다. (옛날에는 좋아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시발) 대체로 내 꿈은 그냥 졸라 두서없는 개꿈이고 불면증으로 인해 잠을 깊게 자지 못해 하룻밤 사이에도 꿈을 네다섯 꼭지정도 휙휙 바꿔가며 꾸는 사람이라 그 내용의 편차가 더욱 심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에 대해서 적어보고 싶었다. 깊은 해석도 안 할거면서 굳이 쓰는 이유? 그냥 심심해서...

 

 

1. 공중부양 : 아마 꽤 오래전, 어마어마한 스피드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붕 떠있었던 꿈이 시초였던 것 같다. 주로 자취할 때 많이 꿨던 꿈. 첫 스텝을 밟으면 마치 중력이 매우 약하게 작용하는 것처럼 팔척뛰기(??)를 할 수 있고, 힘을 잘 컨트롤하면 바닥에 아예 발을 딛지 않고 몇 센티 떠있는 채로 스르륵 길을 지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가면서 남들을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추월하는 것을 매우 좋아함) 거기서 힘을 더 주면 더 높은 공중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한번 높이 뜨면 다시 내려갈때 훨씬 더 많은 힘이 요구되기 때문에 굉장히 집중을 해야 된다. 원치 않는데 오히려 더 위로 올라가버리는 수가 있어서... 전에는 송전탑인지 뭔지 근처에서 붕 떴다가 이제 내려가야 하는 타이밍인데 제대로 내려가질 못해서 낑낑거렸던 기억이 난다.

 

2. 마비 : 이건 주로 본가에 돌아와서 꾸게 된 경우. 꿈 속에서 느닷없이 몸의 일부 혹은 전체가 마비되어 그대로 나자빠지고, 사지를 움직이는 데에 굉장히 힘이 들거나 불가능하다. 게다가 아무 감각이 없이 마비되는 게 아니라 매우 저리고 아프다. 머리는 돌아가고 입도 말할 수는 있는데, 그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한다. 예컨대 어제 꿈에서는, 교복을(교복인 이유는 나중에 설명) 옆에 걸어두고 고무호스로 샤워를 하다가 갑자기 다리가 마비되는 바람에 당장 입고 나가야 하는 교복에 온통 물을 끼얹고 말았다. 또 무빙워크에 걸어서 올라타야 하는 순간에도 전신이 삐그덕거려서 엄마한테 거의 질질 끌려가서야 탈 수 있었던 뭐 그런 꿈을 꿨다. 몸이 마비되는 꿈은 제법 자주 꾸는 편인데, 자고 일어나면 도무지 잔 것 같지가 않아 난감하다. 아마 실제로 잠을 자면서 몸에 힘을 빡 주는게 아닐까 싶은게, 일어나면 몸이 뻐근하다.

 

3. 재입학 : 백수 시절에 정말 많이 꿨고 지금도 꽤 꾸는 꿈이다. 대체로는 고등학교에 다시 들어가는데(어제는 에도가와 코난에 대해서 찾아봐서 그런지 드물게도 초등학교에 들어갔지만), 나이나 최종학력은 그대로인 상태로 재입학을 한다. 한동안은 꿈 속에서 선생님들이 진짜 많이 비아냥거렸다. 뫄뫄야, 너희 대학 간 비결 좀 얘들한테 말해줘라 하며 비꼬는 식으로 말을 해서 굉장한 모멸감을 느끼곤 했다. 다만 본가에 오고 나름의 직업이 생긴 이후로는 아 조까쇼 나는 다시 수능쳐서 다른 대학 또 들어가기 싫소 하면서 수업을 대부분 째는... 그런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체육수업은 정말 한 학기 내내 다 빠지는 기염을 토함... (하룻밤 꿈에서 한 학기가 지나간다니 매우 끔찍함) 아무튼 그렇고, 재미있는 점이라면 재입학하는 곳 자체는 모교지만 교복은 내가 가고 싶었던 다른 고등학교의 교복이고, 학교 건물은 아주 듣도보도 못한 이상한 공간인데 매번 꿈을 꿀 때마다 같은 곳이다. 왜 같은 곳인 걸 아느냐? 정말 절박하게.... 담배를 필 공간을 찾아다니기 때문에...... 아무튼 옥상이나 그 비슷한 어느메로 가기 위해 정말 기를 쓴다. 결국 당도한 적은 있는 것 같은데 문제는 정작 담배는 못 핀듯...?

 

4. 연애 및 유사연애 : 이건 뭐... 1인칭 주인공인 내가 그냥 현실의 나일 때도 있고 다른 누군가일 때도 있다. 외로워서 그러는가 하고 보통 PMS~생리 기간에 집중적으로 꾸는 경향이 있다. 이런 꿈들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은 없는데 다만 좀 웃긴 게 있다면 중간에 깨었을 때 내가 얼굴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어서 실제로는 이불과 프렌치 키스를 하고 있는 경우가 가끔 있다는 것으로... 처음에는 아니 시발 이게 무슨 일이야 하면서 황망해했지만 하도 키스를 한지가 오래돼서 그런지 이제는 좀 즐기게 된 것 같다.... 중간에 살짝 정신이 들어도 아 됐어 나 그냥 계속 할래... 하면서 다시 이불 껴안고 잠...(...)

 

5. 체모 노출 : 99% 다리털...ㅠㅠ 제모를 하지 않은 맨다리로 바깥에 나와 있다가 사람들 사이에서 불현듯 깨닫고 엄청난 수치심을 느끼는 꿈이다. 치마를 입었을 때도, 반바지를 입었을 때도 있고 아예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일 때도 있다. 하지만 완전히 알몸이어도 내가 가장 수치스러운 건 다리털인 게 문제인데 이건 실제로 컴플렉스가 강한 부분이기도 하다. 특별히 더 설명할 것도 없지만, 일어나면 엄청 스트레스 받는 꿈.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은 이 정도인 것 같은데, 아무튼 대체로는 개꿈이다. 의사는 뭐 나름 꿈의 상징성 어쩌구 분석을 해보려고 하던데 어차피 정신분석이 의학에서 자리를 잃은 지가 오래된지라... 내 생각에는 좀 헛된 노력같지만... 대놓고 말하진 않고 그냥 개꿈일 뿐이라고 말한다(ㅋㅋㅋㅋㅋㅋ) 진짜 개꿈인걸 어떡해요.. 그래도 일어나면 좀 웃김. 아이고 오늘도 또 개꿈을 꾸었구나! 질리지도 않는구먼~ 하고...

 

사실 자면서 꿈을 많이 꾸는 이유가 뭐냐... 불면증 환자이기 때문... 그래서 이 글이 정병 카테고리에 들어가는데... 수면제를 장복하는 것은 전혀 좋은 일이 아니지만 안 먹으면 당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어서 아주 오랫동안 수면제를 먹어왔다. 어느 정도냐면 내 공간에서는 2시간, 낯선 곳에서는 30분마다 잠이 깰 정도. 이런 불면증이 있으면 아주 좆같은 것이 낮에는 진짜 피곤해서 자꾸만 수면패턴이 더 어긋나게 된다. 그러면 밤에는 또 잠이 안오고...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게을러보이고(중요) 이런 악순환이 계속 이어진다. 사흘 밤낮으로 잠을 전혀 못 자서 눈 밑에 다크써클이 늘어져야만 불면증 환자인 것은 아니라는 것. (마치 우울증이 있으면 종일 울기만 하고 조금도 웃지 못하는 비극적 생활을 보내야만 하는 것이 아니듯이)

 

지금 먹는 약의 조합은 그런대로 안정적인 편이지만, 좀 더 질 좋은 수면을 취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항상 한다. 그렇다고 당장 내가 뭘 해야겠다 이런 건 아니고.... (참고로 낮에 운동하라는 조언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일단 정병러가 뭔가 개선을 위한 행동을 안 했을거라 전제하고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게 무례할 수 있을 뿐더러... 저도 운동 해봤는데 여전히 수면조절 안됨...^^ㅋㅋㅋㅋ 안정 효과 있는 각종 어쩌구 저쩌구도 해봤구 숙면최면이니 뭐니 하는 것들도 해봤답니다...) 그래도 뭐 인상적인 개꿈 꾸면 남들이랑 얘기하면서 깔깔 할 수 있어서 나름 소소한 재미를 찾고도 있고 실제로 이 글도 그냥 나 혼자 웃겨서 쓴 글임. 근데 써놓고 보니까 재미없어서 슬프다. ㅠㅠ 기록한 것에 의의를 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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