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정병

생각

Gazamee 2017. 12. 21. 21:11
트위터를 하던 페이스로 글을 쓰니까 거의 도배가 된다... 아무도 안 보니까 상관 없지만 (안 보길 바라서 여기 쓰는거고)

유능하고 유쾌하고 소중한 친구들이 우울해하는 걸 볼때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 존재가 너무 미안하다. 위로를 해 주고 싶어도 당장 같잖은 음독이나 했다가 이제 겨우 좀 괜찮아진 내 주제에 대체 무슨 말을 할 수나 있기는 한 건지 모르겠다. 힘내라고, 그런 생각 하지 말라고, 네가 소중하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그 말을 내가 하는 건 오히려 해악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모든 삶의 소중함과 나 자신의 무가치함을 동시에 굳건히 믿고 있는 내가 함부로 입을 놀릴 수 없다. 해놓은 것도 하는 것도 할 것도 없이 누워서 끝을 바라는 주제에, 다른 삶의 소중함을 피력할 수 없다. 그건 비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누구에게든 동정받을 비극의 서사를 껴안고 살아가고 싶다. 동시에 그 어떠한 가치의 재해석도 덧붙여지지 않고 하찮게 죽고 싶다. 내가 가진 어떠한 인적 특성들이, 그 중에서도 어쩌면 '불쌍하다'고 해석될 일말의 여지가 있는 요소들이 나를 변호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나는 불쌍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무기력하고, 나태하고, 어리석고, 무가치하다. 그 단순한 사실에 다른 것들이 달라붙어 나를, 나와 어떤 지점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가엾이 만드는 상황은 아주 끔찍하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피할 수 있는가? 아무리 열변한들 나의 주장이 이론 없이 채택될 수 있는가? 애당초 그것은 내 안에서부터라도 진심으로 가능한 일인가? ('전도유망한 청년으로 탈바꿈' 운운한 게 누구였더라?) 이 중 어느 의문에도 망설임 없이 긍정할 수 없다. 어차피 모든 것이 자의식과잉일 뿐이라는 사실도 결코 잊을 수 없기 때문에 더욱이 그러하다.


이런 생각을 숨기지도 않으면서 남을 위로한다고? 적어도 나라면 나에게 위로받지는 못할 것이다. 이 와중에도 한없이 이기적인 나는 (거의) 아무도 보지 않을 곳으로 도망쳐 와서 결국 내 푸념만을 읊어대는 게 고작인 인간이다. 최소한 내 지껄임이 친구들에게 과한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길 바란다는 가증스럽고도 자의식이 철철 넘치는 이유를 대면서. 심지어 너무나도 평소대로의 사고인지라 이런 얘기를 굳이 써내린다고 해서 특별히 부정적 감정이 심해지지도 않는다. 음, 나 왜 살지. 맨날 하는 말이지만.

'정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고  (0) 2017.12.23
진전없음  (0) 2017.12.22
  (0) 2017.12.21
失敗  (0) 2017.12.21
小話  (0) 2017.12.21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