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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차 어쩌구 하는것 일일이 써놓기에는 너무 많이 밀렸다. 12월 28일부터 지금까지 밀렸으니까 보름이 넘게 밀린 셈.
그리고 너무 쓸데없이 사생활을 구구절절 써놓는 것 같아서... 그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어차피 트위터에도 존나게 쓰고 있는데 굳이 긴 글을 쓰는 능력을 재활하겠답시고 이렇게 신변잡기적인 것만 계속 쓰는 게 과연 시간대비 효과가 충분히 나는 일인가 생각해봤을때 딱히 아닌 것 같다. 게다가 내 생활을 쓰게 되면 자동적으로 내 주변 사람과 공유하게 되는 일상에 대해서도 언급하게 되고, 그건 본의 아니게 그들에게도 피곤해질 수 있는 일이니까. 그래서 뭐가 없었던 날들은 빼고 그냥 중요한 것들만 써놓기로 한다. 전에도 이런 다짐을 했던 것 같지만 ...??? 몰라...
수기 일기를 쓰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은데(특히 펜을 하도 안 잡아서 안 그래도 더러운 글씨가 점점 엉망이 되어가고 있으니까...) 그건 나의 관종 욕구를 풀기 힘들어서 일단 보류. 인생에서 다이어리를 제일 열심히 쓰던 시기는 벌써 10년이나 지나버렸으니까.
이 아래로 이어지는 일기들은 해당 날짜의 트윗을 검색해본 뒤 있었던 일들을 되짚어보면서 쓰는 것임.
21일차(12/27)
업무시간 짬짬이 그리던(땡땡이 아니야 원래 남는시간에 딴거해도 된다는 조건으로 들어간거야) 그림을 드디어 완성했다. 수채색연필이라서 그림자 수채처리를 했는데, 역시 난 수채는 안되겠다. 십 수년을 해도 도저히 어떻게 되지가 않으니 이제 그냥 포기하기로 함. 그림으로 먹고 살것도 아니고!
의외로 치맥할 사람 구해서 만리향이랑 망트랑 먹었다. 페리페리 상호만 바뀐줄 알았더니 가게가 아예 바뀐 거여서 들어간 길로 돌아나왔고, 파파스나 레커훈스 따위에 가고 싶진 않아서 거의 미림여고 끝까지 갔다가 노랑통닭을 발견하여 곧장 들어감. 닭 나오는데 오래걸린다 그랬지만 우리가 헤맨 것보다 더하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치맥 맛있게 먹었다. 다만 요즘 내가 너무 세상에 불만만 가지는 것 같아서 거기에 살짝 현타가 오려고 함.
코인노래방으로 이동. 셋이 왔고 그 중에서 둘은 하루 걸러 오는 단골이니 사장님이 막 환대하며 제일 넓은 방에 넣어주셨는데 정작 만리향은 자리잡자마자 통화할 일 있어서 계속 나가있다가 갔고, 망트는 좀 부르다가 막차시간때문에 갔다. 내 방이 망트를 재워줄 수 있는 상태면 불렀을텐데 좀 미안했음. 근데 진짜로 내 몸 하나 구겨넣어 자기도 힘든 상태라... (이걸 나 혼자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태라는 건 아는데 그렇다고 누굴 불러서 청소를 해달라고 하기에도 너무 심각함. 청소해주겠다는 친구들이 있긴 했었는데 걔네 실제로 부르면 아마 너무 심각해서 연 끊길거임) 그러고나서 혼자 남아서 그 넓은 공간을 아주 잘 쓰며 방방 뛰어다니고 율동하고 하면서 노래부르다 집에 옴.
그림 다 그린 것이 사실 전혀 없던 테마가 아니라 고딩때 그린 그림의 변주라서, 여전히 약먹고 잠도 더럽게 안오는 새벽 내내 옛날 그림 짤털이했다. 다 올리긴 귀찮고 근간이 된 18살 때의 그림만 올리고 이날분은 마무리.
(글씨 쪽팔려서 가림)
22일차(12/28)
늦잠자서 한낮에 깼다. 건강검진결과 회수하고 머리자르고 룸카페에 두고 온 우산 챙기려고 했는데 의욕 사라짐. 저녁약속이라도 잡아서 강제로 나갈까 했는데 그렇게 못했고, 하루종일 굶고 자기만 한 뒤 약 먹을 때 약만 먹고(*절대로 따라하지 마세요) 낮에 잠 너무 자서 다 깬것때문에 수면제 먹고도 밤을 거의 샜다.
23일차(12/29)
6시 반에 잠시 눈 붙였다가 8시에 깨서 출근했다. 아침을 챙겨먹는 타입은 아니지만 카페인필은 빈속에 먹으면 지랄이 나기 때문에 차라리 아예 밤새고 일찍 나올걸 하면서 즉각 출근함.
전날 밤에 눈이 와서 워커를 신고 출근했고, 처음으로 9호선 환승 안하고 삼성에서 내려서 코엑스 앞을 쭉 지나 도보출근을 해보았다. 역에서 역까지 지도상 거리가 11분정도 나오니 실제로 역 계단 오르내리고 하면서 사무실까지 걸리는 시간은 15분이 조금 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상관없고 9호선 타는것보다 훨씬 빠른데다 가벼운 운동도 돼서 어처구니없었음. 빙판길이라 평소보다 천천히 걸었는데도 한 15분정도 넉넉하게 출근한 것 같다.
통상업무가 굉장히 한가했고, 뭔가 하나둘씩 생기던 잡일도 이상하게 이날만큼은 없어서 도리어 심심해져버림. 그림도 이미 하나 완성.. 이라기보다는 완성하는 과정에서 수채를 망치면서 의욕을 상실한지라 다리달린 종이비행기랑 다리달린 학이랑 학알이나 접음.
다음날이 종무식이라 그래서 매니저님께 가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알아보고 알려준다고 했다. 뒤이어 나올 내용을 보면 알지만 실제로 가진 못했음...
이날 너무 심심해서 일달라고 매니저님한테 이딴 메모도 써서 바쳤다. 최저시급 받고 일하는 알바주제에 일을 더 달라고 하다니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미치광이
아무튼 내가 너무 심심해해서 웍스모바일 계정이랑 사내메신저 계정 만들고 앞으로 비품구매 진행하라는 어명을 받았다. 뭔가 알바주제에 사내메신저 생기니까 엄청 소속감 느껴져버림.... (알바라고 눈치보느라 회사 와이파이도 계속 안쓰고있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후에 트위터에서 >>가임기여성지도<< 때문에 시끄러워졌다. 학부에서 야매로 배운것뿐이긴 해도 저딴거 왜 저렇게 만들어서 저런 식으로 공개하지 싶어 어이가 털림. 하지만 화를 낼 기력이 많진 않아서 그냥 트윗 몇 개 하고 스루. 정병 때문에 내 안의 내 문제가 너무 거대해져버려서 시사 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기가 참 힘들다.
퇴근하고 밤님 만나서 치킨을 먹었다. 치킨 좋아하는데 한동안 안먹어서ㅋㅋㅋㅋ 이틀전에도 먹어놓고 마치 월말결산에서 남은 포인트 다 써버리듯이 또 치킨을 먹었다(대신 이번엔 구운거) 나 머리 자르고 처음 만나는거라 잘어울린다는 얘기 듣고.. 그러고 뭐 밤님 취직한 회사 얘기 듣고, 이것저것 욕할것들 같이 욕하고 ㅋㅋㅋㅋㅋ 그리고 카페 정 가서 플래터랑 2+1 하는 와인 시켜서 마시는데 두병 마시고 나니 가게가 닫을 때가 되었다. 사장님(여)에게 아양떨어서 한병 남는거 포장해주시면 안되냐 물었고 사장님이 원래는 안된다고 하면서도 봉투에 예쁘게 담아주심. 카페 정은 좋은 곳입니다 플래터도 맛있고 구성도 좋아요... 많이들 가세요...
그러고 나서 밤님 집으로 옮겼다. 밤님이 좀 치우게 해달라고 해서.. 쓰레기장에 살고 있는 나는 진짜 뭘 보여줘도 상관 없지만 그런건 원래 진짜로 남이 보는 것 자체보다는 자기 마음의 문제니까 일단 밖에서 담배 좀 피면서 청소하는 걸 기다림. 그러고 나서 들어갔고, 카페 정에서 영화 이야기를 막 했었는데 그것의 연장선으로 ㅋㅋㅋㅋㅋㅋ 존나 더럽게 못만든 영화 <소용돌이>(이토준지 원작의 그것)를 제발 봐달라고 내가 사정사정을 해서 결국 같이 봄. 그리고 존나게 같이 비웃음ㅋㅋㅋㅋㅋㅋㅋ 남은 와인이랑 밤님 집에 있던 올리브랑 해서 먹었는데 거의 내가 다 흡입한 것 같다.
영화 끝나고 나서는 테이스트메이드의 보는 재미를 영업하고.. 그러고 나머지 뭐 덕질하는 영상들 좀 보여주다가 밤님이 자길래 불 끄고 나서 여기서 내가 잘순 없다 왜냐면 나의 약은 집에 있기 때무니다... 라는 일념으로 조용히 정리하고 나옴. 사실 잘 수 없고 나발이고 애초에 내가 나올 무렵에 이미 바깥이 밝았으니 리터럴리 밤새 마셔버렸다.
24일차(12/30)
해장국을 먹고 들어오는 길에 속이 무척 안 좋았다. 와인을 많이 마신 탓도 있을테고, 우울증 약을 뭐 그리 피임약 먹듯이 정확한 시간에 맞춰 먹는건 아니지만 보통 00시~02시 사이에 먹는다 쳐도 이미 6시간 이상 오버된 상황이라 그것때문에 구역질이 더 나는 것도 있을 터였다. 이미 남들 눈따위는 신경쓰지도 않고 "여기서. 토하면. 안된다. 토하고. 싶으면. 집에서. 토하자."를 계속 중얼거리면서 집까지 비척비척 올라갔다. 구역감도 문제지만 와인 마시니까 잠도 진짜 잘 와서 집에 올라가다 도중에 있는 정육점 앞에서 그냥 누워 자고 싶다는 생각마저 할 정도였음.
어쨌든 무사귀가하고, 약 먹고 잤다. 종무식 오고싶으면 오라고 매니저님 연락이 들어와 있었지만(얘도 와도 되냐고 나름 물어보고 하는 과정 있었을텐데 결국 내가 먼저 말꺼낸주제에 연락도 씹고 자버려서 죄송했다) 나는 저녁까지 쭉 잤다. 그리고 일어나서 새벽까지 계속 숙취에 시달림. 이날은 걍 누워서 트위터나 하고 만화나 본듯.
25일차(12/31)
트위터를 봐서는 아마 또 새벽에야 겨우 잠들고 저녁까지 잔 것 같다. 다만 이 날은 한해의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뭔진 몰라도 정말 병든 사람처럼(병든 것 맞지만) 계속 자다깨다 한 것 같음. 그리고 되게 이유 없이 우울했던 것 같다. 아니 뭐 사실 설마 26살까지 살아있거나 혹은 살아있는 주제에 무능력할 거라곤 생각 못했으니까.. 우울할 수도 있죠...
원래 다음날 새벽은 자정기준으로 안 끊고 대략 자고 깨는 걸 기준으로 기록하고 있었지만 연도가 바뀌고, 글도 너무 길어지니 여기서 끊고 2017년분에서 계속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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