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그저께는 알바 마지막 출근이었다. 퇴근 후 친구 집에서 홈파티를 하다가 여차저차 하면서(자세히 쓰기는 좀 그렇다) 다른 친구의 실종신고 해프닝이 지나갔다. 친구 집에서 심야와 새벽 사이의 시간대에 잠들었다가 11시에 일어나 점심을 먹었고, 학교에 가서 유학 중 잠시 귀국한 분과 인사 정도 나눈 뒤 노래방에 갔다가 맛있는 걸 먹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노래방 갈때 무거워서 두고 갔던 노트북을 챙겨서 집에 왔다. 그 오랜 시간동안 날은 덥고 습했다가,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가, 그치나 싶더라니 억수같이 쏟아지다가, 뭐 그런 것들을 반복했다. 샤워를 하고 자리에 누웠다. 주말 내내 이런 날씨가 이어질 것을 예상해 먹을 것들을 적당히 사 왔다.
음.. 그리고 그냥 뭘 볼 수가 없었다. 우울한 것 같지는 않고, 생각이 복잡한 것 같지도 않고, 그냥 빈 상태로 정신이 여기저기로 뒤룩뒤룩 굴러다니는 것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보통은 생각을 지우기 위해 무언가를 멍청하게 들여다보고는 했는데, 반대로 지금은 아무 생각도 안 드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생각을 해야 할 것도 같은데 그러기는 싫고 아무튼 여기서 도망치고 싶지만 뭘 틀어놓고 멍청하게 볼 수도 없는 상태다. 내일모레 먹으려고 사온 음식들 중 빵을 하나 집어 꾸역꾸역 먹었다. 나머지 것들도 다 먹어치워 버리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또 모르지. 나는 스스로 하지 말자고 생각했던 것들을 굳이 깬 뒤 자괴감을 느끼는 행동 자체를 반복하는 사람이니까. 모르겠다. 잠이 오는 영상도 못 틀겠다. 진짜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 실제로도 안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상태를 어쩐지 견딜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