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차(12/19) 아침에는 의외로 제시간에 일어난 것 같은데, 누워서 딴짓하느라 결국 뭐 하나를 버려야 하는 시간이 돼버려서 머리 자르기를 포기했다. 한동안 장사를 쉬었던 집근처 분식집에서 순두부를 먹었다. 같이 내주는 계란프라이도 반숙이고 찌개 안에 넣은 계란도 다른 곳에 비해 많이 안익혔다는 느낌이었는데, 요즘 조류독감 얘기로 난리라 살짝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워낙에 반숙계란을 좋아하는지라 맛있게 먹었다. 순두부는 4천원이었다. 자주 가게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성초에서 버스를 탔는데 웬일로 6513이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정문에서 회차해 돌아오니까 이렇게 많은 사람이 탈만한 요소가 딱히 없을텐데 오늘 무슨 날인가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중학생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왜 3시도 채 되지 ..
11일차(12/17) 집에만 누워있는 하루가 되겠거니 했는데 허이모가 코스트코에 타이거새우가 있다며 새우파티 할 생각이 있냐고 연락을 했다. 저녁때 허이모네서 해먹자고 이야기가 되어서 흰자도 불렀다. 6시 반쯤 허이모네 집에 도착하니 흰자랑 허이모만 있었는데, 기다리니 문란->버터->염&뚜부 순으로 대충 왔던 것 같다. 버터구이새우도 먹고 연어회랑 연어 샐러드도 먹고 플래터치즈세트도 먹고 했다. 스모크치즈랑 생모짜렐라가 특히 맛있었다. 중간에 문란이 피곤하다고 먼저 가고 대신 여물이랑 알파카가 오고, 막차 때문에 흰자가 또 가고 아무튼 뭐 그랬다. 잔뜩 사간 쏘아를 술술 마셨다.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도깨비를 같이 보면서 이건 진짜로 헤테로들의 리터러시를 시험하는 퀴어드라마라는 얘기를 하며 왁자지껄 떠들..
10일차(12/16) 꾸준히 써야겠다는 생각을 지키기 위해 쓸 게 없지만 그냥 쓴다. 어제 새벽에 자고 결국 오늘 한낮까지 질펀하게 잠만 잤다. 스케일링 받으러 가기 너무 귀찮아서 그냥 전화로 예약 취소를 했다. 충치니 사랑니니 뭐니 해도 통증이 없어서 모든 게 다 귀찮았다. 아파지면 자살하지 뭐... 그러고 그냥 집에 누워만 있었다. 진짜 아무것도 안하고 심지어 다시 자지도 않고 그냥 누워서 게임하고 트위터하고 그러고 있었다. 사실 이 시간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우울증 약은 식사랑 관련없다는 거 알면서도 왠지 예전처럼 하루종일 정말로 아무것도 안 먹기에는 좀 죄책감이 느껴진다. 이거 근데 쓰다보니까 저번에도 썼던 말같다. 아무튼 그래서 이 글 발행하고 나서 라면 뽀글이라도 해먹을 생각인데 여기까지..
(렉사프로 및 브로마제팜 복용 후 쓰는중. 그리고 이전 글 고치기 귀찮아서 여기다 쓰는데 렉사프로 10->20이 아니라 5->10임) 9일차(12/15) 아침에 어떻게 일어났는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아무튼 여유로운 시간에 일어났다. 늘 그랬듯이 누운 자리에서 뭉개다가 느긋하게 일어나서 씻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교회 어쩌구인 집주인이 무교인 세입자에게 손수 지옥불을 맛보게 해주기라도 하는건가 싶을 정도로 바닥도 뜨겁고 온수도 펑펑 나오고 그랬는데, 아무래도 살기가 팍팍해져서 그런지 올해 겨울은 좀 그런 느낌이 덜해서 아침에 샤워를 할 때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 물이 갑자기 차가워져서 화들짝 놀라 샤워기를 몸에서 떼는 일이 자꾸 생긴다. 머리가 짧아져서 아끼는 시간이 많으니 결과적으로 전체 준비시간..
6일차(12/12 이어서) 서울에 도착하니 안 추운데 추웠다. 부산에 있다 왔으니 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건강검진에 늦지 않기 위해 허이모네에서 하루 신세를 지기로 했고 그 전에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기 때문에, 집에 들러서 검진받기 편한 옷으로 환복하고 속옷을 챙겨와야 했던 나는 바삐 움직여야 했다. 급하지 않았더라면 501을 반대방향으로 타서 종로 찍고 여유롭게 앉아서 가볼 생각이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어 결국 또 종점행을 탔다. 여전히 지독하게 사람이 많았다. 보통 상도터널이나 숭실대입구 정도 오면 자리가 나는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거기까지 가서도 자리가 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맨 뒷자리나 맨 앞자리같은 것이 간혹 나기는 하였으나, 기차여행에 이어 장시간을 버스에서 서 있다보..
4일차(12/10 이어서) 아빠가 약수터에 같이 가자고 했다. 나가기 싫다고 해서 나만 집에 남아 있었다. 점심을 먼저 먹을까 했는데 기다리고 있으라길래 뭔가를 사오는 줄 알았더니 나가서 사먹자고 했다. 역시 거절했다. 아빠와 언니는 칼국수를 먹으러 가고 나는 집에서 시래깃국과 시금치나물에 밥을 먹었다. 식욕이 계속 없었다. 엄마는 생각보다 일찍 퇴근을 해서 돌아왔다. 나는 집에서 계속 자다 깨다를 반복한 것 같다. 저녁에는 엄마가 애호박전화 시금치전을 부쳐주었다. 아빠가 술을 먹을테냐 물었고 나는 거절했다. 약을 먹는다고 해서 술을 먹지 못할 것은 딱히 없지만 굳이 먹고 싶지가 않았다. 내가 물을 많이 마실 거라고 했고 시금치가 먹고 싶다고 했던 걸 가지고 아빠는 시금치를 산더미처럼 먹고 물을 미친듯이..
2일차(12/8 이어서) 하루종일 졸아대다가 퇴근을 했다. 허이모랑 같이 초밥을 먹으면서 매니저님한테 너무 졸아서 미안하다고 연락을 해 두었다. 스시 집에서 스시는 금방 다 먹어치우고 한참을 뭉개고 앉아 이야기를 했다. 허이모는 약을 먹으니 사람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했지만 내가 알기로 약효가 제대로 나타나려면 몇 주는 먹어야 하는데다 나는 원래 사람을 만날 때면 꽤 멀쩡해 보이는 편이다. 혼자 있는 게 문제지. 집에 들어갔다. 고향집에 내려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답답했다. 원래는 다음날 아침이 밝기 전에 자살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정말로 강렬하게 들었었지만 투약의 탓인지 아니면 졸려서 그런지 의욕이 도무지 생기지를 않았다. 그래도 약을 챙겨먹은 뒤 밍기적밍기적 자리에서 일어나서 저번에 괜찮겠다고 생..
1일차(12/7 이어서) 속이 안 좋아서 저녁을 못 먹었다. 9시까지 동방에서 뭉개다가 뚜부 생일을 축하해주고 도서관 셔틀을 타고 집에 갔다. 케이크는 먹으면 속이 뒤집힐 것 같아 거절했다. 그래도 뭘 먹기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셔틀 안에서 뭘 먹을지 고민했다. 따뜻한 걸 먹으면 역하다고 느낄 것 같아서 그냥 빵을 사서 올라갔다. 빵을 먹고 약을 먹었다. 약 먹고 30분 안에 잘 수 있을까 약간 걱정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이 까무룩 잠이 들었다. 2일차(12/8) 아침 8시에 반짝 눈을 떴다. 진정제 덕분에 야간 수면으 ㅣ질은 확실히 올라간 것 같기는 하다. 출근 시간을 고려하면 별로 일찍 일어난 건 아니라서 나름대로 서둘러 씻고 나왔다. 별로 쓸 게 없다. 기분은 어제랑 얼추 비슷하고, 속이 불편한 것은..
0일(12/6) 대생원에서 MMPI검사를 받고 검사지만 받았다. 검사지만 받아가는 학생이 심심찮게 있어서인지 결과지는 15분만에 나온다고 했다. 결과지를 받고 전화로 예약을 한 뒤 신림 양지병원에 갔다. 신림역 근처에 이런 종합병원이 있는 줄 몰랐는데, 그냥 몰랐다기보다도 무슨 아울렛 같은 건물 분위기 때문에 지나다닌다고 해도 병원인 걸 별로 눈치도 못 챌 것 같았다. 유리외벽에다가 에스컬레이터,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자동 피아노같은 것들 때문에 도무지 병원같은 느낌이 들질 않았다. 정신과에 가서 결과지를 의사에게 주었더니 의사가 언제 응답한 거냐고 물었다. 당일 낮이라고 했다. 어떤 마음으로 응답을 했냐고 물었다. 심경 설명하는 건 상담에서 너무 지긋지긋하게 했었고 그것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멘탈..
僕の精神の問題を人に丸投げしたくはないあの人たちの何が悪くてそんなことをする